모래성을 쌓는다.

손 끝으로 전해오는 단단함이 느껴질 때 슬며서 손을 빼기 시작한다. 손끝의 감각은 파도가 몰려오기 전까지는 남아있기 마련이다. 혹은 약한 물결을 견딜 때에 우리는 물결의 힘과 손 끝에 남아있던 모래알갱이들의 힘을 견주어 비교해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해온 것이다.

치장벽돌을 받치기에 적합한 앵글은 어떤 크기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에 결합되어야 하는 걸까? 벽돌의 하중을 파악한 후 앵글의 단면 모멘트를 기준으로 간단한 계산식을 거치면 어느 정도 확신에 가까운 방편을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목재 사이딩 마감이었다면, 혹은 각각의 판석을 미늘쌓기한다면, 우리는 계산식 없이도 적당한 부속철물을 선택할 수 있다. 석공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가부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업하기를 원할 것이다.

건축가의 직관은 현장 기술자와 마찬가지이다. 건축가의 작업도 일정한 스케일 안에서 조정가능하다. 그에 적합한 소재의 범위도 분명할 것이다. 구조계산에 기대지 않고, 가늠할 수 있는 하중과 그에 부합하는 소재의 선택이란 짓고 다듬어야하는 건축가의 작업에 다소간의 자유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