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꾸깃꾸깃한 종이에 아버지가 거칠게 그려서 보여주셨던 우리집.  철골조로 지어질 것이고, 중앙에는 육각형의 거실이 있었고, 거실에 면해서 여섯개의 사각형 방들에 저마다의 실명을 적어두셨다. 각 사각형 방들 사이에서 생기는 삼각형 공간들은 발코니이거나, 창고, 계단으로 쓰일거라고 말씀하셨다. 엄정한 정육각형의 평면을 보며, 팔라디오와 루이스 칸을 떠올렸었다.

이제 흙벽돌 방을 만들고 싶으시다며 하나를 더하시고 계시다. 숱한 바닥난방 재료마감표를 그리면서 한번도 그려보지 못한 장면이고,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일어난다. 고구마 캐고, 지랑이 잡던…. 맨발로 후비고, 코 박고 냄새맡던…. 붉은 흙이 우리집 바닥에 들어왔다. 비로소 그 어떤 건축가의 이름도 작품도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가 땀으로 지으신 집이고, 내가 좋아하던 우리동네 붉은 흙으로 채워진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