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한 ○○○입니다. 혹시 제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답답한 마음이었다. 사무소를 개소하고 처음 설계공모에 낙선했을 때는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두어 차례 계속되니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판단에 심사위원 중 한 분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요즘은 유튜브로 심사과정을 생중계도 하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심사평도 잘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젊은 건축사의 엉뚱한 질문이지만, 선배 건축사는 그 절박한 심경을 헤아렸는지 차분히 심사배경과 중점사항들을 친절히 얘기해 주시며, 다음에는 꼭 당선하라는 말로 다독여 주셨다. 그 후로도 계속 떨어졌다. 안도 다다오(1941∼)는 이런 상황을 연전연패(連戰連敗)라고 했던가. 몇 차례 낙선 끝에 젊은 건축사를 대상으로 하는 설계공모에 드디어 당선했다. 당선하기까지 여러 공모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었지만 그만큼 현실적으로 사무실 운영이 힘들었고, 가족들의 배려 아닌 배려가 쌓여갔다. 요즘도 당선과 낙선을 오가며 설계공모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설계공모 심사를 했다. 처음이었다. 매번 심사를 받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심사한다는 것. 낙선의 고통과 당선의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합당한 결과를 주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들었다. 심사 전 자료를 받고 사용자 그리고 설계자의 입장에서 계획안을 두루 살펴보았다. 개인적인 취향보다 주어진 대지에 적합하고 주변을 배려한 공공성이 있는 계획안을 찾고자 했다. 다른 분들과 함께 심사하여 당선작을 뽑았고 낙선작이 가려졌다. 누군가 나에게 몇 해 전 내가 했던 것처럼, ‘이 계획안을 왜 당선작으로 뽑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 말하지?’ 당선작으로써 분명한 기준과 합당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매번 의문시 했던 나로서는 떳떳하고 공정한 심사를 했는지 재차 내 자신에게 물었다. ‘심사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설계공모에서 나보다 더 좋은 계획안이 선정되어 내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심사자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여 엉뚱한 것에 당선의 영광이 돌아간다면 여러 면에서 큰 손해일 것이다. 심사자는 공정한 심사를 위한 자질과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설계공모에 참가자로 또 심사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기회는 또 있을 것이다. 두 역할에 모두 충실할 때, 그 과정은 힘들지만 보다 나은 건축사로 성장하는데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 설계공모를 하면서 생각했던 계획안, 아이디어들은 공정한 심사를 위한 든든한 바탕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마다 의미 있는 계획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여러 계획안들 중 좋은 안을 선별 할 수 있는 능력. 설계공모에서 어지간히 떨어지고 얻은 값진 선물이다. 

마라톤과 같은 힘든 여정을 오늘도 희망을 품고 힘껏 달리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