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보편적 건축양식

도시 목구조의 복권 도시에서 건축은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땅 위에, 가장 보편적인 기능을 담고, 가장 보편적인 규모로 서 있는 수많은 ‘중간건축’에 도시와 우리의 일상이 달려있다. 블록형 아파트를 지나 단독주택 집짓기의 광풍을 거치며 비로소 목구조는 다시금 도시건축의 주요한 양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과 계층에 국한되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고층목조를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공학목재를 활용한 몇몇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힘겹게 진행하고...

허용오차

‘싫증없는 엄밀함’ 무언가를 만듦에 있어서 주어진 허용오차를 파악하여 근접하게 반영하는 순간. 그는 장인이라 불려 마땅하다. 정확도에 대한 고집스러운 천착은 ‘A to Z’를 아우렀을 때 빛나기보다는, 틈을 유발하는 W가 느슨한 S와 뒤엉켜 H를 만났을 때이다. 우리는 W를 포함시킬수 있는 상상력과 S를 집어들 줄 아는 지식, 그리고 H를 구현하기 위한 집념들 사이에 잠정적인 균형을 위해...

약한 구조

약한 구조, 민감한 구조를 다루면서 많은 것들과 대화하게 된다.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한번에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취약하기에 두 세번에 걸쳐 감싸고, 막고, 또 다시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그 와중에 어느새 더 안전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그 덕분에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새로움이고, 근본을 뒤흔들지 않는 새로움이 가능하게 된다. 아름다움, 오래된 것의 새로움을 찾게되는 기회가 열린다. 고민은 여기부터 시작이다....

손끝의 감각과 가벼운 부재

모래성을 쌓는다. 손 끝으로 전해오는 단단함이 느껴질 때 슬며서 손을 빼기 시작한다. 손끝의 감각은 파도가 몰려오기 전까지는 남아있기 마련이다. 혹은 약한 물결을 견딜 때에 우리는 물결의 힘과 손 끝에 남아있던 모래알갱이들의 힘을 견주어 비교해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해온 것이다. 치장벽돌을 받치기에 적합한 앵글은 어떤 크기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에 결합되어야 하는 걸까? 벽돌의 하중을 파악한 후 앵글의 단면 모멘트를 기준으로 간단한 계산식을 거치면 어느...

붉은 흙

십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꾸깃꾸깃한 종이에 아버지가 거칠게 그려서 보여주셨던 우리집.  철골조로 지어질 것이고, 중앙에는 육각형의 거실이 있었고, 거실에 면해서 여섯개의 사각형 방들에 저마다의 실명을 적어두셨다. 각 사각형 방들 사이에서 생기는 삼각형 공간들은 발코니이거나, 창고, 계단으로 쓰일거라고 말씀하셨다. 엄정한 정육각형의 평면을 보며, 팔라디오와 루이스 칸을 떠올렸었다. 이제 흙벽돌 방을 만들고 싶으시다며 하나를 더하시고 계시다. 숱한 바닥난방 재료마감표를...

말하는 건축가

진심은 통한다지만 총천연의 욕망들 틈에 도사리고 있을 딱 그만큼의 고독이 무섭다.  ‘시지프’의 고집도 우리에게는 없을 뿐 만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길 바래는 일상들도 지지부진한 진심들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쿨하지 못함이 죽기보다 싫어서, 히죽히죽 웃어넘기는 베베꼬인 처세술과 안경너머에 숨겨놓았던 섬뜩한 눈빛들에 찬란한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우리는 잘 견뎌왔고, 또 잘 버텨 낼 것이다.  이제야 보게 된 ‘말하는 건축가’...